선충(nematode)은 몸이 실처럼 가늘고 긴 원통형 연충으로, 장 안에 자리 잡는 성충 감염조직을 헤집고 다니는 유충 감염을 모두 일으킵니다. 유충이 폐나 피부를 지날 때 호산구증가증(eosinophilia)과 알레르기 양상이 두드러지는데, 이것이 진단의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회충 성충(Ascaris lumbricoides)
회충(Ascaris lumbricoides) 성충 — 대표적인 선충 · CDC Division of Parasitic Diseases,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선충 감염의 특징

  • 원통형 연충 — 편충류(납작한 벌레)와 달리 몸이 둥근 관 모양입니다
  • 몸 안에서 잘 늘지 않음 — 원충(단세포 기생충)과 달리 사람 몸속에서 성충 수가 저절로 불어나지 않습니다
  • 크기와 이동으로 손상 — 기계적 손상과 유충의 조직 이동이 병을 만듭니다

선충은 원충처럼 몸 안에서 폭발적으로 증식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몇 마리가 들어왔느냐가 곧 병의 무게가 됩니다. 마치 집에 벌레 한두 마리가 들어온 것과 방 안 가득 들어찬 것이 전혀 다른 문제이듯, 감염량이 곧 중증도를 결정합니다. 대신 이들은 상당한 크기로 자라 장을 막거나, 유충이 되어 폐·피부·근육을 파고들며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감염 경로

  • 충란 섭취 — 회충과 편충은 분변에 오염된 토양·채소를 통해 입으로 들어옵니다
  • 피부 침입 — 구충과 분선충 유충은 맨발로 밟은 흙에서 피부를 뚫고 들어옵니다
  • 육류 섭취 — 선모충은 덜 익힌 돼지고기나 야생동물 고기로 옮습니다
  • 매개체 — 사상충은 모기가 옮깁니다
  • 자가감염(autoinfection) — 분선충과 요충은 몸 안이나 손을 거쳐 스스로 재감염됩니다

같은 선충이라도 몸에 들어오는 문이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놈은 알을 삼켜서(회충·편충), 어떤 놈은 흙 속 유충이 발바닥을 뚫고(구충·분선충), 또 어떤 놈은 덜 익힌 고기 속에 숨어(선모충) 들어옵니다. 특히 분선충과 요충은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도 몸 안에서 고리를 이어가는 자가감염이 가능해, 한 번 걸리면 오래 지속됩니다. 요충의 경우 항문 주위의 알이 손톱에 묻었다가 입으로 다시 들어가니,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재감염이 반복됩니다.

주요 선충

  • 회충(Ascaris lumbricoides) — 성충이 장폐색과 담도폐쇄를 만들고, 유충이 폐를 지날 때 기침과 호산구증가증이 나타납니다
  • 요충(Enterobius vermicularis) — 밤에 항문 주위에 알을 낳아 가렵습니다. 테이프 검사로 진단합니다
  • 구충(hookworm) — 장에 붙어 피를 빨아 철결핍빈혈을 일으킵니다
  • 분선충(Strongyloides stercoralis) — 자가감염이 되므로 스테로이드를 쓰면 과다감염증후군(hyperinfection)으로 터집니다
  • 선모충(Trichinella spiralis) — 근육통, 안와부종(눈 주위 부종), 호산구증가증이 특징입니다
  • 사상충(Filaria) — 림프관을 망가뜨려 림프부종과 상피증(elephantiasis)을 만듭니다

선충은 종류마다 자리 잡는 곳과 일으키는 증상이 뚜렷이 다릅니다. 회충은 크게 자라 배관을 막는 골칫거리이고, 구충은 장벽에 붙어 피를 조금씩 빨아먹는 흡혈귀라 빈혈을 남깁니다. 분선충은 가장 위험한데, 면역이 떨어지면 몸 안에서 스스로 불어나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입니다. 사상충은 림프관이라는 배수구를 막아버려 다리가 코끼리 다리처럼 붓는 상피증을 만듭니다. 이렇게 어디에 사느냐가 곧 증상이 되는 셈입니다.

회충(Ascaris)의 생물학과 생활사 · Dr. Jack Auty

진단

  • 대변 충란 검사 — 장관 성충 감염의 기본이지만 유충기에는 알이 나오지 않습니다
  • 테이프 검사 — 요충은 대변이 아니라 아침 배변 전 항문 주위에서 잡습니다
  • 혈청검사 — 선모충처럼 충란을 찾기 어려운 조직 침범 감염에 씁니다
  • 호산구증가증 — 조직 이동 선충을 시사하지만 장 안에 성충만 있으면 뚜렷하지 않습니다
  • 분선충 선별 — 면역억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확인합니다. 놓치면 치명적입니다

선충 진단의 기본은 대변에서 알을 찾는 것이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유충이 조직을 돌아다니는 시기에는 알이 대변으로 나오지 않아 대변 검사가 음성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요충은 알을 장 안이 아니라 항문 밖에 낳으므로 대변이 아닌 테이프로 항문 주위를 찍어 확인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스테로이드 같은 면역억제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분선충 선별이 생명을 좌우합니다. 잠복해 있던 분선충이 면역이 무너진 틈을 타 전신으로 퍼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미경으로 본 회충 충란
현미경으로 본 회충 충란 — 대변 충란 검사의 대상 · Achat1999,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치료와 예방

  • 알벤다졸(albendazole) — 기생충의 미세소관 형성을 막아 여러 선충에 두루 씁니다
  • 이버멕틴(ivermectin) — 글루탐산 개폐 염소통로에 작용해 분선충과 일부 사상충에 효과적입니다
  • 요충 치료 — 가족이 함께 치료하고 2주 뒤 반복 투약해야 재감염 고리를 끊습니다
  • 사상충 치료 — 죽은 충체에 대한 염증 반응 때문에 치료 초기에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 예방 — 신발 착용, 분변 위생, 충분한 조리, 손 씻기가 핵심입니다

주력 치료 약물은 알벤다졸(albendazole) 입니다. 이 약은 기생충이 몸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미세소관이라는 뼈대를 세우지 못하게 만들어 벌레를 서서히 굶겨 죽입니다. 분선충과 사상충에는 신경을 마비시키는 이버멕틴을 씁니다. 다만 요충은 약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손을 통해 온 가족이 서로 주고받기 때문에 같이 치료하고 2주 뒤 한 번 더 먹어야 고리가 끊깁니다.

예방법 : 발을 신고, 대변을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고기를 충분히 익히고, 손을 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