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포핵과 염색질 (Nucleus and Chromatin)
세포핵(nucleus)은 진핵세포의 유전정보를 담아 두는 공간입니다. 약 2미터에 이르는 DNA를 지름 몇 마이크로미터의 핵 안에 접어 넣으면서도, 필요한 유전자는 언제든 읽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정리해 둡니다. 그 정리 방식이 바로 염색질(chromatin)입니다.

핵의 구조
- 핵막(nuclear envelope) — 이중막으로 핵을 감싸고, 핵공(nuclear pore)으로 물질이 드나듦
- 인(nucleolus) — 리보솜 RNA를 만들고 리보솜을 조립하는 부위
- 염색질(chromatin) — DNA와 단백질(주로 히스톤)의 복합체
핵막은 단순한 벽이 아니라 이중으로 된 막이며, 표면에 뚫린 수천 개의 핵공이 검문소 역할을 합니다. 세포가 읽어야 할 유전정보(RNA)는 이 핵공을 통해 세포질로 나가고, DNA를 다룰 단백질은 반대로 핵 안으로 들어옵니다. 핵 안에서 유독 진하게 보이는 부위가 인인데, 이곳에서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의 부품이 만들어집니다. 세포가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야 할 때 인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염색체·염색분체·염색질
- 염색체(chromosome) — 하나의 긴 DNA 분자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단위. 사람은 23쌍(46개)
- 염색분체(chromatid) — 하나의 염색체를 이루는 DNA 가닥. 복제 후엔 자매염색분체 둘이 중심절(centromere)로 연결됨
- 염색질(chromatin) — 평소 풀려 있는 DNA-단백질 복합체. 분열 직전에만 응축해 X자 염색체가 됨
세 용어가 헷갈리기 쉬운데, 같은 DNA가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불리는 것이라고 보면 쉽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X자 모양 염색체는 사실 세포가 분열하는 아주 짧은 순간에만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세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간(간기) 동안 DNA는 X자로 뭉쳐 있지 않고, 느슨하게 풀린 염색질 상태로 존재하며 유전자를 읽어 나갑니다. 뭉쳐 있으면 글자를 읽을 수 없으니, 일할 때는 풀어 두는 셈입니다.
DNA는 어떻게 핵에 들어가나
- 뉴클레오솜(nucleosome) — DNA가 히스톤(histone) 8량체를 실패처럼 감은 기본 단위(“구슬 목걸이”)
- 30nm 섬유 — 뉴클레오솜이 다시 나선으로 감겨 굵어짐
- 루프·응축 — 섬유가 고리를 이루고 접혀 최종적으로 염색체가 됨
2미터짜리 실을 지름 수 마이크로미터 공에 넣으려면 차곡차곡 감아야 합니다. 세포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 뭉치에 DNA를 감아 뉴클레오솜이라는 구슬을 만들고, 이 구슬을 실에 꿴 뒤 그 실을 또 감고 접기를 반복합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포장하면 엄청난 길이의 DNA도 작은 핵 안에 들어가고, 필요할 때 특정 구간만 풀어 읽을 수 있습니다.

진정염색질과 이질염색질
| 구분 | 진정염색질(euchromatin) | 이질염색질(heterochromatin) |
| 포장 정도 | 느슨함 | 촘촘함 |
| 유전자 발현 | 활발함 | 억제됨 |
| 위치 | 핵 중심부 | 핵막 가장자리 |
같은 핵 안에서도 DNA가 다 똑같이 풀려 있지는 않습니다. 지금 쓰는 유전자가 있는 구간은 느슨하게 풀어(진정염색질) 읽기 쉽게 두고, 당장 쓰지 않는 구간은 촘촘히 뭉쳐(이질염색질) 접근을 막아 둡니다. 도서관에서 자주 보는 책은 책상에 펴 두고, 안 보는 책은 서고에 꽂아 두는 것과 같습니다. 이 상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세포가 필요에 따라 계속 바꿉니다.

히스톤 변형과 발현 조절
- 히스톤 아세틸화(acetylation) — 포장을 느슨하게 풀어 발현을 켬
- 히스톤 메틸화(methylation) — 위치에 따라 발현을 켜거나 끔
- 이런 화학 표식이 염색질 리모델링의 방아쇠가 되어 진정↔이질염색질을 오가게 함
DNA 서열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유전자를 켜고 끌 수 있는데, 그 스위치가 히스톤에 붙는 작은 화학 표식입니다. 아세틸기가 붙으면 히스톤과 DNA 사이가 느슨해져 유전자가 켜지고, 표식을 떼면 다시 뭉쳐 꺼집니다. 이렇게 서열은 그대로 두고 발현만 조절하는 방식을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고 하며, 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이 서로 다른 조직으로 분화하는 바탕이 됩니다.
핵 안의 3차원 정리
- 위상연관도메인(TAD) — 자주 상호작용하는 DNA 구간끼리 묶인 이웃 단위
- A/B 구획 — 활성 구간(A)과 비활성 구간(B)이 핵 안에서 따로 모임
염색질은 핵 안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지 않습니다. 자주 함께 작동하는 DNA 구간끼리 가까이 모여 이웃(TAD)을 이루고, 활발히 읽히는 부분과 잠자는 부분이 각각 따로 뭉쳐(A/B 구획) 자리를 잡습니다. 유전자와 그 조절 부위가 물리적으로 가까이 놓여야 제때 정확히 작동하기 때문이며, 이 3차원 배치가 흐트러지면 유전자 발현에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