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원충(intestinal protozoa)은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설사를 일으키는 단세포 기생충입니다. 상피에 붙느냐, 조직을 파고드느냐, 어떤 손상을 만드느냐에 따라 설사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환경에서 버티는 낭포(cyst)와 몸 안에서 증식하는 영양형(trophozoite)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지아르디아 람블리아 영양형 전자현미경 사진
지아르디아 람블리아(Giardia lamblia) 영양형 · CDC / Mahmud Tari,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낭포와 영양형

  • 낭포(cyst) — 두꺼운 벽으로 물과 환경에서 오래 살아남는 전파 형태입니다
  • 영양형(trophozoite) — 숙주 안에서 증식하고 조직을 침범하는 활동 형태입니다
  • 대변에서 낭포는 굳은 변에, 영양형은 무른 변에 더 잘 나옵니다
  • 영양형은 몸 밖에서 금방 죽으므로 검체는 빨리 처리하거나 고정액에 담아야 합니다

원충은 연충(기생충 벌레)과 달리 사람 몸 안에서 스스로 증식합니다. 그래서 적은 양만 삼켜도 병이 생깁니다. 두 형태는 마치 씨앗과 새싹의 관계와 같습니다. 낭포는 두꺼운 껍질을 두른 씨앗처럼 물속에서도 오래 버티다가 몸에 들어오고, 일단 장 속에 자리 잡으면 껍질을 벗고 새싹인 영양형이 되어 붙고 증식합니다. 그래서 물 밖으로 흩어져 남을 감염시키는 것은 낭포이고, 실제로 장에서 말썽을 부리는 것은 영양형입니다.

주요 원충

  • 지아르디아 람블리아(Giardia lamblia) — 십이지장에 붙어 지방 흡수장애와 악취 나는 설사를 만듭니다
  • 이질아메바(Entamoeba histolytica) — 결장을 파고들어 혈성 설사와 플라스크 모양 궤양을 만들고 간농양까지 퍼집니다
  •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 — 염소 소독에 강한 난포낭으로 전파되며 AIDS 환자에서 만성 수양성 설사를 일으킵니다
  • 사이클로스포라(Cyclospora) — 오염된 농산물과 얽혀 오래 끄는 설사를 만듭니다

같은 장관 원충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자리 잡느냐가 병을 가릅니다. 지아르디아는 십이지장 벽에 흡반으로 착 달라붙어 지방이 흡수될 통로를 덮어 버리니, 기름진 지방변과 악취 나는 설사가 나옵니다. 이질아메바는 이름 그대로 조직을 녹이며 결장 벽을 파고들어, 입구는 좁고 속은 넓은 플라스크 모양 궤양을 만들고 혈관을 타고 간까지 넘어가 농양을 만듭니다. 크립토스포리디움의 난포낭은 염소 소독에도 끄떡없어 수돗물·수영장 감염이 문제가 되며, 면역이 무너진 AIDS 환자에서는 멈추지 않는 물설사로 이어집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질아메바는 형태가 똑같지만 병을 일으키지 않는 Entamoeba dispar와 구분해야 불필요한 치료를 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배양한 지아르디아 람블리아
배양한 지아르디아 람블리아 · U.S. Dep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지아르디아 감염(giardiasis)의 경과와 특징 · Armando Hasudungan

진단

  • 항원검사 — 지아르디아와 크립토스포리디움에서 현미경보다 민감합니다
  • 혈청검사 — 아메바 간농양처럼 대변에서 안 나오는 조직 침범에 씁니다
  • 대변 충란·충체 검사 — 날을 달리해 3회 채취해야 간헐적 배출을 잡습니다
  • 영상검사 — 간농양의 위치와 크기, 파열 위험을 봅니다

대변검사는 한 번으로 끝내면 놓치기 쉽습니다. 원충의 배출이 들쭉날쭉해서, 낚시를 하듯 날을 달리해 여러 번 그물을 던져야 잡히기 때문에 보통 3회 반복 채취합니다. 눈으로 찾기 어려운 지아르디아와 크립토스포리디움은 항원검사가 현미경보다 잘 찾아냅니다. 반대로 아메바 간농양처럼 원충이 조직 속으로 숨어 대변에는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혈청검사로 몸이 남긴 항체 흔적을 확인하고 영상검사로 농양의 위치와 크기, 파열 위험을 봅니다. 다만 항생제나 조영제를 쓴 뒤 채취한 검체는 위음성이 잘 나오므로 해석에 주의해야 합니다.

치료

  •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 혐기성 원충의 환원 대사를 이용해 DNA를 끊습니다
  • 파로모마이신(paromomycin) — 흡수가 안 되는 약이라 장 안에 남은 낭포를 없애는 데 씁니다
  • 아메바 간농양 — 조직 치료를 먼저 하고 반드시 장관 내 약제를 이어서 써야 재발을 막습니다
  • 니타족사나이드(nitazoxanide) — 크립토스포리디움에 쓰지만 면역저하자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메트로니다졸은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원충 안에서만 활성화되는 표적 폭탄? 같은 약입니다. 원충의 환원 대사가 약을 활성 형태로 바꿔 놓으면 그 자리에서 원충의 DNA를 끊어 버립니다. 그런데 이 약은 조직 속 활동형 원충은 잘 잡아도, 장 속에 남은 낭포는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흡수되지 않고 장 안에 머무는 파로모마이신을 이어서 써 남은 씨앗(낭포)까지 청소합니다. 아메바 간농양도 같은 원리로, 조직을 먼저 치료한 뒤 반드시 장관 내 약제를 이어 써야 재발을 막습니다. 한편 크립토스포리디움은 니타족사나이드를 쓰지만 면역저하자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아메바증(amebiasis)의 병태생리와 치료 · JJ 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