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Proteins)

단백질(protein)아미노산(amino acid)이 사슬처럼 길게 이어져 만들어진 커다란 분자입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재료이자 몸 안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을 실제로 처리하는 일꾼으로, 근육·피부·머리카락 같은 구조물부터 소화·면역·산소 운반까지 담당합니다. DNA가 설계도라면 단백질은 그 설계도대로 만들어져 실제로 일하는 부품이자 기계인 셈입니다.

아미노산 — 단백질의 구성 단위

  • 아미노산(amino acid) —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벽돌. 사람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짐
  • 공통 골격 — 중심 탄소에 아미노기(-NH₂), 카복실기(-COOH), 수소, 그리고 곁사슬(R기)이 붙음
  • 곁사슬(side chain) — 아미노산마다 다른 부분으로, 이 R기가 각 아미노산의 성질(크기·전하·물과의 친화력)을 결정함

20종의 아미노산은 대부분의 구조가 똑같고 곁사슬(R기) 하나만 다릅니다. 알파벳 26자로 수많은 단어를 만들듯, 세포는 이 20종을 순서만 바꿔 이어 붙여 수만 가지의 서로 다른 단백질을 만들어 냅니다. 어떤 곁사슬은 물을 좋아하고 어떤 것은 물을 싫어하며, 어떤 것은 전기를 띠는데, 이 성질의 조합이 나중에 단백질이 접히는 모양을 좌우합니다.

아미노산의 일반 구조 — 중심 탄소에 아미노기, 카복실기, 곁사슬(R)이 붙음
아미노산의 일반 구조 · muellerb,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펩타이드 결합 — 아미노산을 잇는 방법

  • 펩타이드 결합(peptide bond) — 한 아미노산의 카복실기와 다음 아미노산의 아미노기가 이어지는 결합
  • 탈수 축합 — 결합이 만들어질 때 물(H₂O) 한 분자가 빠져나감
  • 폴리펩타이드(polypeptide) — 아미노산이 여러 개 이어진 사슬. 이 사슬이 접혀 단백질이 됨

아미노산을 잇는 방식은 마치 기차 칸을 연결하는 것과 같습니다. 앞 칸의 뒤쪽 고리(카복실기)와 뒤 칸의 앞쪽 고리(아미노기)를 맞물리면 하나로 이어지고, 이때 물 한 분자가 밖으로 떨어져 나옵니다. 이렇게 수십에서 수천 개의 아미노산이 정해진 순서대로 이어진 긴 사슬을 폴리펩타이드라 하며, 이 사슬이 접혀 제 모양을 갖추면 비로소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 됩니다.

두 아미노산이 펩타이드 결합으로 이어지며 물 한 분자가 빠져나오는 과정
펩타이드 결합의 형성 · Yikrazuul,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단백질의 4단계 구조

  • 1차 구조 — 아미노산이 이어진 순서(서열) 그 자체
  • 2차 구조 — 사슬이 부분적으로 알파 나선(α-helix)이나 베타 병풍(β-sheet)으로 감기거나 접힘. 수소결합이 유지
  • 3차 구조 — 폴리펩타이드 하나가 통째로 접혀 만들어진 입체 모양
  • 4차 구조 — 접힌 폴리펩타이드 여러 개가 모여 하나의 단백질을 이룸(예: 헤모글로빈 4개 소단위)

단백질의 모양은 네 단계로 층층이 쌓아 올려집니다. 먼저 아미노산의 순서(1차)가 정해지면, 사슬의 일부가 스프링처럼 감기거나(알파 나선) 종이를 접은 병풍처럼 나란히 붙어(베타 병풍) 2차 구조가 생깁니다. 이 부분 구조들이 곁사슬끼리 당기고 밀며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뭉치면 3차 구조가 되고, 이렇게 완성된 덩어리 여러 개가 모여 한 몸처럼 작동하면 4차 구조입니다. 산소를 나르는 헤모글로빈이 소단위 4개가 모인 대표적인 4차 구조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의 1차·2차·3차·4차 구조
단백질 구조의 네 단계 · Mariana Ruiz (LadyofHats),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알파 나선 구조에서 수소결합으로 나선이 유지되는 모습
알파 나선(α-helix)과 수소결합 · Zsolt Bikadi,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3차 구조를 붙잡는 힘

  • 소수성 상호작용 — 물을 싫어하는 곁사슬끼리 안쪽에 뭉쳐 모양을 잡음
  • 수소결합·이온결합 — 곁사슬끼리 약하게 당기며 접힘을 안정화
  • 이황화 결합(disulfide bond) — 시스테인끼리 만드는 튼튼한 다리로 모양을 단단히 고정

접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은 여러 약한 힘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물을 싫어하는 곁사슬은 물이 많은 세포 안에서 서로 모여 단백질 안쪽에 숨고, 물을 좋아하는 곁사슬은 바깥을 향하는데, 이 성향만으로도 단백질이 저절로 적절한 모양으로 접힙니다. 여기에 이온결합·수소결합이 더해지고, 이황화 결합이 마치 옷핀처럼 두 지점을 단단히 꽂아 고정하면 구조가 완성됩니다.

단백질(Proteins)
접힌 모양(fold)에 따른 단백질 분류 체계(CATH) · Boghog,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단백질 접힘과 변성

  • 접힘(folding) — 아미노산 서열이 정해지면 그에 맞는 고유한 입체 모양으로 스스로 접힘
  • 샤페론(chaperone) — 접힘을 돕고 잘못 뭉치는 것을 막아 주는 도우미 단백질
  • 변성(denaturation) — 열·산·알칼리 등으로 구조가 풀려 모양과 기능을 잃음
  • 잘못 접힘 — 엉뚱하게 접힌 단백질이 쌓이면 알츠하이머병·프라이온병 같은 질환의 원인이 됨

단백질에서 모양은 곧 기능입니다. 서열이 곧 모양을 결정하므로, 같은 서열은 언제나 같은 모양으로 접힙니다. 그런데 열을 가하거나 강한 산에 담그면 접힘을 붙잡던 약한 힘들이 끊어지면서 구조가 풀어지는데, 이것이 변성입니다. 달걀 흰자를 익히면 투명한 액체가 하얗고 단단하게 굳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인 변성의 예입니다. 반대로 잘못 접힌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 신경 질환을 일으키기도 해, 세포는 샤페론을 두어 접힘을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단백질의 접힘과 변성 · Khan Academy

단백질의 다양한 기능

  • 효소(enzyme) — 몸속 화학반응을 빠르게 하는 촉매(예: 소화효소)
  • 구조 단백질 — 몸을 지탱하는 재료(예: 콜라겐, 케라틴)
  • 운반 단백질 — 물질을 실어 나름(예: 산소를 나르는 헤모글로빈)
  • 방어 단백질 — 침입자를 막음(예: 항체)
  • 신호·조절 — 호르몬과 수용체로 정보를 주고받음(예: 인슐린)

단백질이 하는 일은 놀랄 만큼 다양한데, 그 다양함은 모두 모양의 다양함에서 나옵니다. 열쇠와 자물쇠가 꼭 맞아야 열리듯, 각 단백질은 저마다의 입체 모양 덕분에 특정한 상대와만 정확히 결합해 제 역할을 합니다. 효소는 반응할 분자를 꼭 맞게 붙잡아 반응을 수백만 배 빠르게 하고, 항체는 특정 침입자에만 달라붙어 표시하며,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붙였다 놓았다 하며 온몸에 배달합니다. 이렇게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실제로 일을 처리하는 손발 역할을 맡습니다.

단백질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법

  • X선 결정학 — 단백질을 결정으로 키워 X선을 쬐면 원자 배치까지 3차원 구조를 알아낼 수 있음
  • 전기영동(SDS-PAGE) — 단백질을 크기에 따라 분리해 어떤 단백질이 있는지 확인하는 기본 실험

단백질은 너무 작아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여러 방법으로 그 모양과 정체를 알아냅니다. X선 결정학은 단백질을 소금처럼 규칙적인 결정으로 키운 뒤 X선을 쬐어, 흩어지는 무늬로부터 원자 하나하나의 위치를 역으로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전기영동은 젤 속에서 단백질을 크기별로 줄 세워, 어떤 크기의 단백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게 해 주는 실험실의 기본 도구입니다.

Taq DNA 중합효소의 분자량을 확인한 SDS-PAGE 겔
단백질을 크기별로 분리한 SDS-PAGE 겔 · Marta Ferreira (MPCF), Wikimedia Commons (CC BY 2.5)